유전공학의 약속과 공포
이 글은 녹색평론 1999년 5-6월 통권 제 46호에서 뽑아 실은 것이다. 지적 재산권에서 자유로운 문서는 아니지만, 좋은 내용이 멀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원저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싣는다. – 2005년 8월 10일, 직지지기 김민수.
글쓴이: 이인식1
알케미에서 알게니의 시대로
생명공학은 알케미(alchemy)에 빗대어 알게니(algeny)라 불린다. 연금술(알케미)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생명공학은 생물을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바꾸어주기 때문이다.
연금술은 불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불이 이용된 것은 약 40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인류의 문명은 대장장이들이 불로 구리와 쇠를 녹여 연장을 만들어내면서부터 시작된다. 대장장이들은 새로운 금속을 합성하는 기술을 갖게 되자 금의 제조에 도전한다. 연금술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2천년 전 중국에서의 기록이다.
보통사람들은 금이 회귀하기 때문에 보물로 여기지만 연금술사들은 금이 화학적 공격인 부패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무이한 것이므로 소중하게 생각한다. 변색되지 않고 부패하지 않는 금의 특성은 불멸과 완전성의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따라서 연금술사들은 비금속을 금으로 만드는 영액(elixir)의 비밀을 캐낼 수 있다면 유한한 인간에게 영원하고 완벽한 생명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원래 알케미는 완전을 의미하는 아랍어에서 유래했으며, 일릭서(영액)는 불로장수의 영약, 만병통치약의 뜻을 갖고 있다. 요컨대 연금술사의 작업은 금을 합성하는 시도인 동시에 완전한 생명을 추구하는 고행인 셈이다. 연금술은 불을 사용한 실용적인 기술임과 동시에 인류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 철학적 토대가 되었다.
알게니는 유전자 연구로 1968년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조슈아 레더버그 교수가 만든 말이다 그는 생명공학을 현대의 연금술로 파악하고,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납을 황금으로 바꾸려고 시도했던 것처럼 생명공학자들이 납처럼 열악한 인간의 생명을 황금 같은 생물학적 보물로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알게니는 1980년대부터 미국의 문명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에 의해 생명공학 시대의 상징어가 된다. 리프킨은 저서 <알게니>(1983년)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 "알게니의 최종목표는 완전한 생물을 만드는 데 있다. ‥‥ 알게니라는 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상태보다도 효율이 좋은 생물을 프로그래밍해서 창조하고, 완전성을 지향하는 자연의 진행을 추진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리프킨은 <알게니>의 출간 이후 15년이 지나 펴낸 <생명공학의 세기>(1998년)에서 알게니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 "알게니는 철학이자 과정이다. 알게니는 자연을 지각하는 방법임과 동시에 자연에 작용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알케미의 메타포에서 알게니의 메타포로 이동하고 있다."
트랜스제닉, 키메라, 클론
생명공학의 가장 강력한 도구는 1973년 발견된 디옥시리모 핵산(DNA) 재조합 기술이다. 유전적으로 관계가 없는 두개의 생물로부터 각자의 DNA를 분리한 뒤에 그것을 접합시키는 유전학적 외과수술이다. 제한효소(가위)와 리가제(풀)를 사용하여 서로 다른 생물의 유전적 직물을 꿰매 맞추는 생물학적 재봉틀이라 할 수 있다.
DNA재조합 기술로 어떤 다른 두 종류의 생물 사이에서도 각각의 유전물질을 끄집어내어서 이어붙이는 일이 가능해짐에 따라 유전공학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한다. 지난 4반세기 동안에 성취한 업적 중에서 극적인 사례를 몇가지 살펴보기로 한다.
1983년 미국에서 인간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생쥐의 배아에 삽입했다. 사람 유전자를 가진 생쥐는 다른 것들보다 두배 빠르고 두배 크게 성장했다. 이러한 슈퍼생쥐는 인간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새끼들에게 물려주었다. 슈퍼생쥐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오늘날까지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사람 유전자가 다른 동물의 유전적 조성에 영구적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슈퍼생쥐처럼 유전적으로 전혀 관계없는 종의 유전자를 삽입시켜 새로운 형질을 갖도록 만든 생물을 트랜스재닉(transgenic)이라 한다.
1984년 영국 과학자들은 염소와 양의 배아세포를 채취하여 융합시켰다. 양쪽 세포들의 성질을 얼마만큼 가진 잡종세포는 다른 동물에 옮겨져서 인류역사삭 최초의 키메라 동물을 낳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메라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산양, 꼬리는 용으로 된 괴물이다. 세포융합은 사람세포와 식물세포 사이, 암탉의 적혈구와 효모균, 당근의 세포와 사람의 암세포 사이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1997년 2월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의 표지에는 1996년 7월 로슬린 연구소 근처의 오두막에서 태어난 '돌리'라는 이름의 새끼양 모습이 소개된다. 6년생 암양의 유방에서 떼어낸 세포로부터 채취한 유전물질로 창조된 클론이다. 돌리는 수정란이 아닌 체세포를 사용하여 복제된 최초의 동물이다. 복제양 돌리의 출현은 복제인간의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온 세계를 경악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1999년 2월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은 트랜스제닉 기술로 8종의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제초제에 강한 벼, 역병에 저항성이 높은 고추, 병충해에 강한 양배추,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지방산 함유량이 증가된 들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 유전자변형 담배와 토마토가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같은 달 하순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는 복제 암송아지 영롱이를 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롱이는 복제양 돌리와 똑같은 방법을 적용하여 출산된 국내 체세포복제 1호이다. 11년생 젖소의 자궁세포에서 떼어낸 세포핵을 핵이 미리 제거된 다른 소의 난자에 집어넣은 뒤 두 세포를 수정란처럼 융합시켜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식을 쓴 것이다.
3월 미국 하버드대학은 유전자조작으로 네발 달린 병아리를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했다. 병아리의 다리를 만드는 유전자를 병아리 태아의 날개 자리로 옮겼는데, 날개 끝부분의 깃털이 없어지고 발톱이 생겨났으며 다리근육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생명공학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생물을 여러 형태로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유전자조작으로 만든 트랜스제닉 생물, 세포융합으로 태어난 키메라 생물, 체세포복제로 생산된 클론 등 수많은 새로운 생물이 시간이 흐를수록 쏟아져나올 것이다.
생명공학이 세상을 바꾼다
생명공학은 거의 모든 산업분야를 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먼저 화학산업에서 석유 대신 미생물과 식물이 생산하는 재생가능 자원을 사용하여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박테리아를, 미국에서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식물을 내놓았다.
재생가능 자원은 에너지 분야에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의 대체물로 기대를 모은다. 자동차용 연료를 생산하는 사탕수수가 이미 나왔고,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생물연료 연구가 활발하다. 식물로부터 추출된 에탄올이 21세기 중반까지 미국 자동차 연료의 25퍼센트 이상을 충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업에서는 광부와 채굴기계를 대신하는 미생물을 개발한다. 코발트나 니켈 등 광물을 먹는 미생물이 실험중에 있으며, 구리광석 안의 불순물을 잡아먹어 조동을 순동으로 바꾸는 박테리아가 개발되었다. 미래에는 광산 폭발의 주요원인인 갱 안의 메탄가스를 먹어치우는 미생물이 개발될 것 같다.
유전자조작된 미생물은 환경오염 물질과 산업쓰레기의 처리에 긴요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유독성 물질을 제거하거나 정화시키는 미생물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에서 매년 유독쓰레기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1조7천 억달러를 상회한다. 미생물로 환경을 정화하는 산업이 성장주로 각광을 받을 만하다.
생명공학은 인간의 먹거리와 직결되는 농업과 축산업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랜스제닉 기술로 새로운 형질을 가진 다양한 생물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6년 개똥벌레에서 빛을 내는 유전자를 추출하여 담배에 삽입했는데,담배잎이 발광(發光)하면 농부들은 질병 또는 가뭄의 조기경보로 받아들인다. 트랜스제닉 농작물은 유전자삽입 목적에 따라 제초제, 해충, 바이러스에 각각 내성을 갖게 된다. 1996년부터 미국 농부들은 목화를 시작으로 콩과 옥수수 등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대규모로 재배하였다. 그밖에도 유전자변형 농산물에 부여될 새로운 형질은 무궁무진하다. 이를테면 넙치의 얼지 않는 유전자를 삽입시킨 토마토는 추운 지방을 새로운 서식지로 점령할 것이며, 염분을 잘 견디는 형질이 삽입된 벼는 해안 습지대에서 경작이 가능하다.
꿀벌 등 대부분의 곤충은 농업에서 도움이 되지만 해충도 적지 않다. 1996년 채소나 과일을 갉아먹는 거미진드기를 박멸하기 위해 최초의 트랜스제닉 곤충인 진드기를 미국 플로리다에 풀어놓았다.
농업 못지않게 축산업에서 트랜스제닉 기술은 식품생산에 긴요하다. 성장속도를 배가시키거나 몸집을 불린 슈퍼동물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호주에서 보통돼지보다 빨리 성장하는 슈퍼돼지가 나왔고, 미국에서 알을 더 많이 낳는 슈퍼칠면조가 개발되었다.
트랜스제닉 동물은 식품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유지에 보탬이 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1987년 영국에서 다른 종의 유전자를 생쥐의 유선에 삽입하여 생쥐가 젖과 함께 다른 종의 단백질 분자를 분비하게 만들었다. 양의 배아에 의학적으로 중요한 사람의 유전자를 삽입하여 트랜스제닉 양이 젖과 함께 인체가 만드는 단백질을 분비하게 했다. 양에 이어 염소, 암송아지, 돼지가 사람의 단백질이 포함된 젖을 분비하게 되기에 이르렀다. 가축을 제약공장으로 사용하게 된 셈이다. 특히 돌리의 등장으로 포유동물 복제가 가능해짐에 따라 인체에 적합하도록 유전자조작된 기관, 이를테면 심장, 간, 콩팥 따위를 가진 트랜스제닉 동물을 대량으로 복제하여 이러한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의약용 동물을 대량으로 주문생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트랜스제닉 기술은 박테리아에서 돼지에 이르기까지 자유자재로 적용되어 대체연료부터 사람의 장기까지 생산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어디 그뿐이랴.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과일을 따기 편하도록 유실수의 키를 작게 하는 유전자를 실험중이며, 온실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피는 트랜스제닉 화초가 개발되고 있다. 5년, 아니면 20년이 걸릴는지 모를 일이지만 장미향기가 나는 제라늄, 급수가 필요할 때 저절로 빛을 내는 난초, 알맞은 키에 성장을 멈추는 울타리 나무들, 베어줄 필요가 없는 잔디를 보게 될 것 같다. 2020년 어느날, 당신은 아마도 레몬향기가 풍기는 잔디에 누워서 하늘색 장미를 감상하고 있을 터이다.
생명공학이 발전을 거듭할수륵 21세기에는 유전적으로 무관한 종 사이에 생물학적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져서 사람, 동물, 식물, 박테리아 사이에 유전자를 주고받아 낯선 생물이 속속 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를 제2의 창세기라고 부를 만하지 않은가.
유전자오염의 그림자
만일 역사에서 우리가 배운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이 빛과 그림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에게 이익을 줌과 동시에 손실을 입힌다는 뜻이다. 원자력과 석유화학의 혁명에서 인류가 경험했던 것처럼 강력한 기술일수록 인류사회와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지불하지 않으면 안되는 비용의 규모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생명공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생명공학 혁명은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자연과 생명을 변형, 개조,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에 충격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여느 신기술처럼 생명공학 또한 인류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근시안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도록 부추길 터이므로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태계를 교란하며, 종의 다양성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환경오염은 유전자오염(genetic pollution)이라 불린다. 과학자들은 생명공학이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유전자오염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유전자오염이란 용어를 만든 리프킨은 <생명공학의 세기>에서 "21세기에 유전자오염은 20세기의 석유화학 못지않게 생물권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전자오염은 두가지 측면에서 석유화학 제품에 의한 오염과 다르다. 먼저 트랜스제닉 생물은 살아 움직이므로 다른 생물체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에서 석유화학 제품보다 더욱 예측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트랜스제닉 생물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 또한 트랜스제닉 생물은 번식, 성장, 이동하기 때문에 특정지역에 묶어둘 수 없다. 따라서 트랜즈제닉 생물이 일단 생물권에 들어오면 다시 실험실로 잡아들일 수 없다. 요컨대 장기적으로는 트랜스제닉 생물이 석유화학 재품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위력적일 공산이 크다.
트랜스제닉 동물로부터 비롯되는 유전자오염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 유전자조작된 동물은 아니지만 새로운 동물이 출현하여 생태계에 재앙을 초래한 사례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하와이에서는 사탕수수를 손상시키는 설치류를 제압하기 위해 족제비 비슷한 육식동물인 몽구스를 인도로부터 수입하였는데, 몽구스는 다른 동물까지 잡아먹었다. 주도면밀한 검토 끝에 생태계에 투입한 동물마저 의외의 행동을 하는 판국에 환경에 적응해본 적이 없는 형질을 가진 트랜스제닉 동물이 생태계를 교란시키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트랜스제닉 동물을 만들 때 다면발현(pleiotropism) 활동을 예상할 수 없으므로 문제가 간단치 않다. 같은 유전자가 하나 이상의 형질을 조절하는 현상이 다면발현이다. 유전자가 기대하지 않은 다른 형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컨대 트랜스제닉 동물이 생태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유전자조작된 곤충과 물고기를 자연에 방출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만일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는 포식곤충을 환경에 풀어놓으면 포식자에 대항하는 곤충이 자연선택되어 슈퍼곤충이 생길 수 있다.
트랜스제닉 물고기는 여러 형질에서 우수하게 설계될 터이므로 자연의 물고기를 경쟁에서 물리칠 수 있다. 가령 성장호르몬 유전자가 삽입되어 자연산 어류보다 더 크고 강한 물고기 수컷이 자연의 물고기 암컷을 독차지한다면 결국 자연산 물고기들은 멸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러 종류의 트랜스제닉 어류가 자연에 방출되면 물고기의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고, 연쇄적으로 생태계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먹이 그물이 재구성되면서 불안정해질 위험이 높다.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생태계 파괴
유전자오염은 동물보다 식물이 훨씬 위협적이다. 식물은 동물보다 빠르고 쉽게 널리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트랜스제닉 식물, 특히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공상과학 소설의 세계에서 있음직한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가령 개똥벌레 유전자를 옥수수에 삽입하는가 하면, 병아리 유전자를 감자에 집어넣는다. 유전적으로 전혀 다른 동물이나 식물의 유전자를 농산물에 넣는 목적은 대개 제초제와 해충에 각각 내성을 갖는 트랜스제닉 농작물을 개발하는 데 있다.
먼저 제초제 내성 농산물은 공교롭게도 세계 제초제시장의 황금방석을 놓치지 않으려는 농화학 회사들이 개발을 주도한다. 매년 미국 농장에 살포되는 제초제는 6억파운드이며 40억달러를 웃도는 거대시장이다. 화학회사들은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사의 제초제 제품에 내성을 갖는 트랜스제닉 곡물을 개발하고 있다. 제초제와 씨앗을 함께 팔 수 있어 꿩먹고 알먹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다국적기업 몬산토가 1996년 시판을 개시한 '라운드업 레디'라 불리는 유전자변형 콩이다. 이름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몬산토의 제초제인 라운드업을 물리칠 준비가 된 콩이다. 라운드업을 아무리 뿌려도 죽지 않는 콩이다. 1997년부터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몬산토는 유전자변형 콩을 경작하게 되면 제초제를 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선전하지만 라운드업을 마구 뿌려도 잡초만 죽기 때문에 농부들이 제초제를 더 많이 사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제초제 사용량의 증가로 토양과 수질이 오염되고 익충이 죽임을 당할 수 있다. 게다가 잡초가 제초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게 될 것이므로 이러한 슈퍼잡초를 죽이려면 제초제를 더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병충해 내성 농산물 역시 유사한 환경문제를 제기한다. 대표적인 상품은 1996년 처음 시판된 유전자변형 옥수수인데 자연발생하는 토양 박테리아의 유전자가 삽입되어 있다. 토양 박테리아는 살충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 독소 단백질이 곤충의 배 안에 들어가면 활성화되어 곤충의 소화기관을 파괴한다. 그러나 병충해 내성 농산물에서 생산되는 트랜스제닉 독소는 박테리아 독소와는 달리 곤충의 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활성화된다. 따라서 해충은 물론 익충까지 죽일 수 있으며 자연발생하는 독소보다 토양에 오래 남기 때문에 훨씬 치명적이다. 또한 병충해 내성 농산물의 독소를 견뎌내는 슈퍼벌레가 생겨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이화수분을 통해 유전적으로 가까운 야생종에게 유전자를 옳길 수 있다. 이 야생종이 잡초와 성공적으로 번식하여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준다면 이 유전자는 잡초에게 귀속된다. 만일 제초제 내성 유전자가 야생종을 거쳐 잡초로 흘러 들어간다면 제초제에 끄떡없는 슈퍼잡초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오염은 생태계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각종 질병과 기근을 유발하게 된다.
유전자오염은 생명공학의 발달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다. 유전자조작된 수많은 생명체들이 핵무기와 석유화학의 공해 못지않은 파괴력으로 지구의 생물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우리 모두가 귀담아 들을 때가 된 것 같다.
- 녹색평론 통권 제 46호 74쪽~83
|
이인식 - 과학 평론가. 과학문화연구소 소장. <하이테크 혁명>, <사람과 컴퓨터>, <미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등 저서가 있다.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