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1년 미국으로 나온 때에, 제 머리에서 좋은 영화에 대한 필림이 딱 끊겼습니다. 나서 자란 곳이 아닌 이국에서, 익숙하지 않고 편하지 않은 문화생활 환경 속에서 초보 부부가 아이들 낳고 기르면서 극장 가는 것은 엄두도 못 냈고, 집에서 TV도 안 보고 해서 새로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잘 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좋은 영화를 소개 받아 필림을 이어나가려고 하지만, 이도 또한 절대적 시간 부족으로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이들 넷이 부모에게 요구하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억하고 있는 영화가 다 옛날 영화 뿐입니다. PatchAdams도 다들 보셨을 것 같은 영화인데, 제 나름대로 느낀 것이 많은 영화라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감상평을 적어봤습니다. 이것도 현재 백수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하지, 회사일 시작하면 하지 못할 일 같습니다.

좋은 영화 있으면 소개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 2009. 12.23 EST 김 민수

Patch Adams 다시 보기

http://www.amazon.com/Patch-Adams-Collectors-Robin-Williams/dp/B00000IQV7/ref=pd_cp_d_1_img

'패치 아담스(Patch Adams)'은 의사가 어떠해야 하는가, 그리고 진정한 의사라면 환자를 환자로서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동지로서, 친구로 대해야 할 것임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인시켜주고, 그 파문을 넓혀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 영화입니다. 아울러, 단순히 사람의 죽음을 연장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의사의 본문이라고 말합니다. 삶도 죽음도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라는 거겠지요. 이는 마치 서양 최초의 의사였다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가 한 "자연은 치유를 담당하며, 의사의 일은 자연을 도와주는 것이다(Nature makes the cure; the doctor's job is to aid nature.).", 란 말을 오늘에 다시 듣는 것 같습니다.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영화라서 주요 장면을 소개하며 함께 느낌을 나누고 싶습니다.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어느 것 하나 놓치거나 빼고 싶은 구석이 없는 영화이지만, 제가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부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어?" 했던 부분은 패치 아담스(본명 헌터 아담스)가 정신병원에서 만난 시대의 천재인 아더 맨델슨(Arthur Mendelson)이 아담스에게 던진 질문과, 나중에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아 가는 과정. 이는 제가 보기에 자살 전력이 있는 패치 아담스에게는 득도의 순간처럼 보입니다.

득도하는 장면에서의 대사. 그리고 "패치"라는 애칭을 얻는 장면. 대화 내용이 무슨 물리학 책이나 동양 고전을 접하는 거 같았습니다. 네 손가락을 상대성 원리로 보면 여덟 개가 되고 - 어느 화가는 자신의 오른 손 손가락을 일곱 개로 그렸다는데 -, 하루 하루를 늘 새롭게 하라는 가르침, 마치 마지막에는 선문답 하는 모습은 보는 듯한...... 그리고 이 짧은 만남이 인연이 되어 나중에 패치 아담스는 멘델슨씨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게 됩니다. 평생을 살면서 그만큼 자신의 속내를 알아주는 사람 하나 만나는 것이 소중한 인연인가 봅니다.

이 대화 이후로 패치 아담스는 같은 방 동료의 정신병을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문제는 잊어 버린 채, 결국에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정신병원을 나가게 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의대에 들어가서 정말 남들이 안 보는 거 봐 가면서, 남들이 안 하는 거 해 가면서, 좀 '괴짜' 의학도로서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러는 와중에 애인도 만나고, 아니 만났다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신념과 계획, 믿음 같은 것을 공유하고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맙니다. 그리고 그녀와 자신의 뜻을 이해해 주는 또 다른 벗과 함께, 패치 아담스는 의사 자격증도 없이 의료 보험이 없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모아 의료 행위 - 서로가 서로를 돕는 공동체 - 를 시작 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꿈결 같은 세상,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면서 극적 반전이 일어나는데, 바로 패치 아담스의 애인 카린 피셔(Carin Fisher)의 죽음. 그 죽음이 공동체를 찾아온 한 미친 사람에 의한 것이라 그 충격은 더 컸고, 이 일로 인한 자책감으로 해서 패치 아담스는 그토록 사랑하는 연인의 장례식에 카린의 친구, 친지들과 함께 참석하지 못하고, 몰래 숨어 있다가 홀로 나와서는, 카린의 깜짝 생일 잔치에서 그녀에게 읽어주다가 나중에 읽어주겠노라고 책 한 장 찢어 낸 바로 그 사랑의 시 한 장을 마저 읽으며 오열합니다.

영화에서는 그 시를 다 읽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그 시 전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출처는 <Pablo Neruda>입니다.

이제 더 이상 삶을 지탱할 에너지가 없는 패치 아담스, 신과 한 판 따지러 갑니다. 서양 영화에서 종종 보는 장면입니다. ForestGump에서도 다리를 잃은 장교가 바다 한 가운데서 폭풍우에 맞서서 호탕하게 웃으면서 신과 대적하지요. 저는 영화에서 보는 이런 모습들을, 인간 밖에 존재하는 서구적 의미에서의 신을 인간 안으로 들여오는 과정이라고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과정을 겪고 나면, 어느 신이든 다 같은 거 아닌가, 하는 얼치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뭐 신과 맞장 떠서 신을 만나는 것이나, 부처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는 것이나...

암튼간에, 패치 아담스가 신과 한 판 따지러 간 곳은 카린에게 자신의 신념과 계획, 가능성을 보여준 장소.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을 하지요. 참 여기에 올리는 대사는 <Patch Adams Script>에서 발췌한 것 + 제가 들어서 확인 한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때에 나비 한 마리가 패치 아담스에게 날라옵니다. 나비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은유로서 그 상징하는 바가 깊고도 넓다고 합니다.

<Butterfly.....>에 의하면 나비가 지닌 은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패치 아담스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실천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더 이상 걸릴 게 없겠지요. 자유<道>를 득했으니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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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chAdams (last edited 2009-12-23 05:30:07 by 김 민수)